퇴근 시간이다. 요즘은 예전처럼 일이 많지 않아 비교적 늦지 않게 퇴근할 기회가 많다. 사무실에서 전철역까지 도보로 약 5분. 걸으며 스마트폰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연결한다. 퇴근하면서 업데이트 된 팟 캐스트가 있는지 확인한다. 문재인 정권 이후로 사회, 정치적 이슈의 팟 캐스트는 재미가 없어졌다. 최근 업로드를 기다리며 듣는 요즘말로 '최애' 팟 캐스트는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 이다. 공영방송과는 다르게 방송이 편한 느낌이라 듣는 재미도 솔솔하다. 전철역에 도착해 플랫폼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전광판을 보게된다. 다음 열차가 부평구청행인지 온수행인지를 먼저 파악한다. 몇 개의 역이 남아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온수행과 부평구청행은 한 번씩 번갈아 가며 오는데, 온수행을 타면 어찌 되었건 부평구청행으로 갈아 타야만 한다. 그냥 기다렸다가 부평구청행을 타는 것과 다름이 없다. 도착 후 기다리지 않고 부평구청 행을 타는 날은 운이 좋은 날이고, 바로 출발한 열차가 부평구청행이라면 약 15분을 기다려야 하는 불운(?)이 생긴다. 전철을 타면 보통은 핸드폰 게임을 하던가 유튜브 또는 책을 읽는다. 한 때는 책만 읽었는데, 요즘은 게임이나 유튜브로 시간을 때우는 경우가 더 많아진 것 같다. 집에 도착때 까지 약 1시간 30분 가량을 버텨내야 하니 뭐든 할게 있어야만 한다. 부평구청역에 도착할 때쯤이면 맨 앞량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내리면 바로 환승이 가능한 계단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의 빨리빨리 정신은 어찌 할 수가 없는것 같다. 몸에 자연스럽게 베어 있어 의식적으로 느리게 하려고 하지 않는한 그게 잘 안되는것 같다. 나 또한 마찬가지. 문이 열리면 승객들은 벌떼처럼 계단으로 몰린다. 사람들은 크게 두 무리로 나뉜다.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과 에스컬레이터에 줄을 서서 타는 사람들. 난 보통 후자에 속한다. 걷는게 좀 귀찮긴 하다. 계단을 한 번 오르면 GS25 편의점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늘 그곳을 지나칠 때 마다 고민을 하게 된다. 특히 저녁을 먹지 않았을 경우 심각하게 고민한다. '초코바 하나만 먹을까?' 정도? 대부분의 경우 참고 그냥 지나치는데 가끔 너무 배가 고플 경우 이기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휴대폰 결제를 내밀고 있다. 편의점을 통과하면 인천지하철 1호선을 탈 수 있는 플랫폼으로 들어서게 된다. 내가 타야할 열차의 번호는 7-3 정도의 위치다. 플랫폼에 들어서면 한참을 걸어가야 하지만 핸드폰을 보던, 책을 읽던지 하면서 걷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생각은 해 본적은 없는것 같다. 7-3 근처에서 내리면 바로 에스컬레이터가 있기 때문에 그 근처로 가는 것 뿐이다. 전철이 도착하면 일단 앉을 곳을 찾는다. 생각보다 먼 거리라 서 있으면 이젠 좀 힘이 든다. 인천 지하철은 무조건 앉아서 가야 한다. 동춘역까지는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중간 중간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두리번 거린다. 신연수 역이나 원인재 역에 도착할 즈음 슬슬 일어날 준비를 한다. 멍 때리고 그냥 있다가 역을 지나쳐 간적이 많아 미리 준비 하곤 한다. 이번엔 지나치지 말아야지 하면서 말이다. 역에서 내린 후 개찰구를 지나 나오면 지하철 역과 이마트가 연결되어 있다. 우리 동네의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유지하는 이유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파트 단지를 나오면 바로 전철역이 있고, 이 전철역에 들어서면 바로 이마트와 연결되어 있어 좋고 주변의 인프라가 좋아 살기 좋은 아파트로 인식되고 있다. 덕분에 집 값이 크게 오르지는 않지만 급 하락 할 경우도 없는 것 같다. 다이어트 중이라 집에 사다 놓은 두부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 없다면 저녁 대용으로 먹을 두부를 사 가지고 가야한다. 두부 한 모면 저녁 대용으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보통 두부 한 모에 300g 정도 하는데 칼로리는 240kcal정도 한다. 공기밥 한 그릇의 칼로리는 300kcal 정도라고 하니 공기밥 보단 조금 나은 편이다. 어제 잰 몸무게는 약 87kg. 약 한 달전의 몸무게는 91kg 정도. 두부로 저녁을 해결하며 몸무게를 줄이고 있는 중이다. 마트에 들어가면 어떤 두부를 사갈지 고민을 한다. 그래도 국산 콩두부만을 사려고 한다. GMO 콩은 아직은 땡기지 않는다. 죽어서도 내 몸이 썩지 않을 수 도 있다면 그것도 민폐가 아니겠는가. 난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 두부를 사고 아이들 간식거리도 같이 산다. 이마트에는 아이들이 좋아 할 만한 과자가 많지 않다. 그래도 꼭 사야하는건 '바나나 킥'. 우리 은채가 '최애' 하는 과자다. 이건 꼭 사줘야 한다. 윤채는 이것 저것 잘 먹는데 큰 놈이 입이 짧아서 걱정이다. 장을 본 후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한다. 과자를 한아름 샀을 땐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같이 구매한다. 과자를 담기 기도 하고, 집에서 사용하기도 하니 겸사겸사. 계산원이 포인트 적립을 물어본다. 난 전화번호로 하겠다고 말을 하고 패드에서 아내의 전화번호를 찍어 누른다. '장ㅇㅇ씨 맞나요?' 계산원이 물어보면 맞다고 말한다. ‘장ㅇㅇ’은 아내의 이름이다. 이마트의 포인트는 아내의 계정으로 적립하고 있다. 스마트폰 결제의 지문을 인식시킨 후 계산원에게 건내 준 후 영수증을 받고 마트를 나온다. 마트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도보로 약 5분 정도다. 조금 빨리 걸으면 3분까지도 가능한 거리다. 아이들은 아마도 엄마랑 같이 숙제를 하고 있을 것이다. 얼마전 큰 처남이 기르고 있는 강아지를 집에 데리고 왔다. 당분간 아이들이 보살펴 준다고 한다. 장모 치와와 라는데 털이 참 많이 빠지는 품종인듯 하다. 강아지 이름은 갈치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갈치를 엄청 좋아한다. 하루 종일 부둥켜 안고 있을 정도다. 보통 숙제를 시키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세월아 네월아 하는 놈들인데 갈치가 온 뒤로는 20~30분 정도만에 숙제를 다 끝내고 잠들기 전까지 갈치랑 놀다가 잔다. 숙제를 빨리 끝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그 동안 참 힘들게 했네 이놈들. 딸래미들을 생각하며 기분 좋게 우리집으로 향한다. 엘레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버튼을 누르니 19층에서 내려온다. 뒤에 같은 라인에 살고 있는 아주머니가 들어온다. 살짝 눈 인사만 하고 다시 핸드폰을 꺼내 든다. 이웃들과 같이 대화를 나눌 정도의 친분관계는 없다. 엘레베이터가 도착하면 탑승 후 13층을 누르고 다시 핸드폰을 쳐다본다. 그 잠깐 동안도 마땅히 취할 동작이 없어서 핸드폰을 보게 된다. 13층에 도착하면 뒤에 남아있는 아주머니에게 '들어가세요.'라고 말하며 내리고 현관의 번호키를 누른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제일 먼저 갈치가 짖어댄다. 몇 일 봤는데도 아직 어색한지 나만 보면 짖어댄다. 10여초 그만 짖으라고 아이들이 달래주면 그제서야 짖기를 그만둔다. 집에 들어가면 처음 핸드폰을 거치대에 올려두기, 이어폰 빼서 올려두기, 가방 벗기, 안방에서 옷 갈아입기, 화장실에서 씻기를 차례로 마친 후 거실 쇼파에 안착한다. 최종 목표지는 쇼파다. 그래야 좀 쉬는 맛이 나기 때문이랄까. 윤채는 화장실에서 룰루랄라 하고 있다. 20분동안 물놀이 중이다. 초등학교 2학년인데도 아직 물놀이를 좋아한다. 하긴 은채도 물놀이를 좋아하니 2학년이면 좋아할 만한 나이 일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있으면 짬짬히 가서 봐주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본다. 가급적 집에서는 핸드폰을 보지 않으려고 한다. 집에선 책. 책 읽는 모습을 많이 보이려 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이라 그런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은 항상 다 읽는다. 기특한 녀석들. 11시쯤 되면 아내는 아이들을 맡기고 안방에 들어가 취침준비를 한다. 그러면 난 취침준비가 안된 은채/윤채의 양치를 시켜주고 비염약을 콧속으로 뿌려주며 취침을 유도한다. 참 재우기 어려운 딸래미들이다. 자리에 누우면 은채랑 하룻동안 있었던 얘기를 나눈다. 은채는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노래 얘기도 해주고, 어떤 시험을 봐야하는데 너무 어려워서 볼까말까 고민 중이라는 얘기도 해주고, 친구들이 게임으로 돈을 쓰는데 이해를 할 수 없다는 얘기도 해주고... 그러다 은채가 먼저 잠이 든다. 그리곤 나도 서서히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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